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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권력이 향해야 할 곳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4.02.15 조회수 : 1,166

[2024. 01. 04.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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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연초가 되면, 그 헛된 바람에 다시 기대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녹녹하지 않았기에 12간지에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에서는 아닐까? 아직 이른 청룡을 간절히 바라는 걸 보니 2023년은 여러 사고와 구설수 등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새해가 되면 직장인들은 의례 들뜬 기분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사(人事) 발령에 있다. 승진이 다가온 사람들은 기대감으로, 순환 보직제 직장은 누가 주요 직책을 맡는가에 대한 추측으로 몇 주 동안 걱정 반, 즐거움 반의 시간을 보낸다. 인사는 어떤 조직이든, 그리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일의 근원이자 첫 단추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인사만사(人事萬事)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의 시작과 끝은 여전히 사람(人)의 일(事)이기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특정인의 말만 듣고 인사발령을 했다가 낭패를 겪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면서, 인사권자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는 그 중요성 만큼 권한(권력)이 주어지게 되는데, 이 권력은 마치 날카로운 칼과 같아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직을 망칠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더구나 그 권력에 아무런 견제나 감시 장치가 없을 때, 권력을 가진 실권자가 자신의 무능과 불성실과 도덕적해이를 그 권력 뒤에 숨기기 딱 좋은 구조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권력이 가지는 위계적 욕망과 그 위계를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이 만나게 되면 반드시 사고가 터진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직장 내 부적절한 관계가 흔하다고 한다. 순수함(?)이 아니라 서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그 관계는 또 다른 이해관계가 형성되면 쉽게 무너지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만다.

 권력은 한 곳에 너무 오래 집중되어 있으면 썩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주변엔 오물을 주워 먹으려는 파리떼가 득실거린다. 견제나 감시가 없으니 타인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오로지 권력을 유지하기에 바쁘다. 암암리에 휘두른 칼로 10년이 넘는 소중한 경력이 송두리째 잘려 나가기도 한다. 그 권력은 오로지 자신을 향해 있다. 한 번의 잘못된 인사가 초래한 결과는 오랜 세월이 걸려야만 회복될 수 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라고 말한다. 직장에서의 권력은 자신과 위쪽이 아니라 동료와 직원들을 향해야 한다. 그런 성품의 사람이야말로 칼을 쥘 자격이 있다. 지난 365일보다 새해의 사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 보니, 청룡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헛된 것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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