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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분권 시대의 물 관리 방향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3.12.19 조회수 : 1,691

[2023. 11. 23.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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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물(수자원) 관리에서는 이러한 자치 분권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대표적 공공의 환경재이면서 인간의 기술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에 쉬운 듯 어려운 것이 물 관리 정책이다. 많은 논의 끝에 2018년 통합물관리가 시작됐고, 중앙정부 중심의 물관리 체제에서 유역과 지역 중심의 물관리로 전환할 수 있는 법도 제정됐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4대강 유역별 물관리종합계획도 수립됐다. 이렇게 제도적 틀은 마련됐지만, 물의 이용과 배분에는 지역의 자치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공기와는 달리, 물은 눈에 보이고, 댐 같은 구조물로 일시적으로 가둘 수 있으며, 인간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수도권이나 지방의 대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대형 댐은 도시의 성장과 인구 집중화를 가능케 했다. 대신, 댐 주변이나 상류 지역에는 막대한 재산피해와 성장의 잠재성을 빼앗아 갔다. 물을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 아니라 손해가 된다. 


 예로부터 물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고, 권력자들의 집에는 우물이 있었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은 그 마을의 생명과도 같았기에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하는 소중한 공동의 자산이었다. 물은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었고, 그래서 동네를 뜻하는 동(洞)에도 물(水)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물에 대한 권리가 공간적으로 철저히 분권화되어 있었다. 마을별로 분리돼 있었고, 용왕이 머무는 곳이라고 여길 정도로 타 지역의 물에 대한 권리를 서로를 존중하고 지키면서 지냈다. 한 우물을 마시는 동네 사람들의 공동체는 무엇보다 끈끈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80년 전후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대형 댐 때문이었다. 정부는 댐 건설과 관리를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했고, 법적으로 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 주고 말았다. ‘댐 건설·관리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는 ‘댐 사용권은 물권(物權)으로 보며,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동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다’라고 되어 있다. 원래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면서 어느 누구나 향유할 수 있어야 했던 하천의 물이 마치 부동산처럼 특정 기관(정부)의 소유가 된 것이다. 이 법 조항 때문에 정부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수자원공사는 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수(물)에 대한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예로부터 이어져 온 물의 분권화가 무너지고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물 배분과 이용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분권 시대의 합리적 물 관리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불합리한 법 조항이 수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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