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청남대 짝사랑 | |
[2023. 02. 16.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충청권이 들썩이고 있다. 윤대통령은 지난 15일 ‘환경부장관과 함께 청남대를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수질오염총량관리제 시행지역, 수원함양보호구역 등 이름조차 생소하고 어려운 규제들로 묶여 있는 대청호는 규제 덕분(?)에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고, 경치도 뛰어나다. 청남대는 그 규제의 한 가운데 있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한마디는 충북도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것이다. 그동안의 숙원이 풀릴 것 같은 기대를 준다. 그런데 이 한마디를 모두가 반기고 있는 것일까? 대청호 물을 마시는 지역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각종 규제 속에서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청남대는 대청호의 한 부분이고, 대청호는 중부권 400여만 명의 식수이기 때문이다. 대전 지역에서 오랫동안 대청호 관련 환경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한 활동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대통령의 한마디에 매우 큰 우려를 나타냈다. 대청호는 대전·충청·전라·세종 지역의 식수를 공급할 의무가 있기에, 정치인의 말 한마디로 규제를 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여가시설을 확충하는 사소한 개발과 오염행위도 상수원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하류 지역 주민들이 t당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기꺼이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 활동가의 주장이 다소 불편하고 편향적인 면도 있으나, 간과하거나 무시할 일도 아니다. ‘환경부장관과 함께’라는 대통령의 말은, 그 속내가 어떠하든 간에, 규제 개혁의 중요한 열쇠를 여전히 환경부가 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의 환경부 입장은 수질보전을 위한다는 명목에다 하류지역 주민의 규제 완화 반대의 목소리를 보태왔다. 따라서 청남대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는 하류지역(청주시 포함) 주민의 설득과 협력 없이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대청호 상류 주민들은 어떨까? 필자가 만나본 상류 주민들은 청남대에 매우 부정적이다. 청남대로 인해 댐 건설 당시 약속했던 수변 관광도시는 물 건너갔고, 오히려 규제만 더 심해졌다. 20년 전 청남대가 지역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지역 주민이 아니라 충북도로 관리권이 이양돼서 정작 주민의 삶에는 큰 개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가는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많아졌고, 일부 식당을 제외한 다른 주민들은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기대했던 청남대가 실망스럽고 미운 청남대로 전락해 버렸다. 민선 8기 충북도의 ‘청남대 사랑’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불만이다. 청남대를 수익 창출의 도구로만 생각하고, 주변 지역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청남대 개발 청사진(15개 과제) 중에서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찾기 어렵다. 대청호에 청남대만 있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에 공감이 간다. 타 지역은 둘째치고, 우리 지역의 주민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청남대 사랑’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민선 5기부터 시작된 충북도의 청남대 짝사랑이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원문보기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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