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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무릎 꿇어야 할 자 새글핫이슈
작성자 : 서브관리자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작성일 : 2022.12.28 조회수 : 450

[2022. 12. 08.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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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풍이 지나갔다.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과 희망을 주었다. 12년 만의 16강 진출. 비록 이번 8강에서는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 패했지만, 선수들은 충분히 자랑스럽고 박수 받을 만한 경기를 펼쳤다. 시합이 끝나고 주장 손흥민선수가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죄송하다니? 자네들은 최선을 다했고 훌륭했다네. 아쉬울 뿐 죄송할 일은 아닐세’ 마음이 무거웠다.

백발의 아버지는 이태원 10.29참사로 인한 아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정부여당을 향해 무릎 꿇고 절규하며 부탁의 호소를 했다. 자식을 잃은 애통함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마는, 그 아픔, 억울함, 분노의 복잡한 마음에서도 무릎을 꿇어야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부탁이라니요? 무릎을 꿇다니요? 당신들은 그저 아버지이고 어머니일 뿐입니다. 위로를 받아야지 무릎 꿇고 부탁하실 일은 아닙니다’ 마음이 심히 무거웠다.

무릎 꿇고 호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나라 국민으로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다. 내가 자식을 잃은 아버지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마음일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두렵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목숨이 끊어진 듯한, 세상의 종말이 온 듯한 마음이지 않을까? 더 비통한 것은, 이런 수사관계자가 유가족을 찾아가 부검을 권유했다는 보도였다. 필자의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왔다.

부검. 15년 전, 필자는 친형의 부검을 직접 지켜봐야 했다. 먼 타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에 달려갔고, 경찰은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부검을 해야 하며, 유가족 중 한 사람만 참관하라고 했다. 부모님을 보낼 수는 없기에 필자가 참관했다. 뉴스로만 접했던 부검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끔찍했고 견디기 어려웠다. 싸늘히 누워있는 형의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든데, 전기톱과 칼에 의해 분해되어가는 형의 것들은 역겹기까지 했다. 그래도 피를 나눈 형의 마지막 모습이니 하나하나 눈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부검은 두 번째 죽음이요, 유가족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기억인 것이다.

사인(死因)이 분명한 10.29참사의 죽음에 그런 부검을 권유하다니! 무엇을 더 밝히고자 함인가? 그 말을 전한 관계자도 본인의 뜻은 아니었겠으나, 유가족의 아픔 앞에서 충분히 조심해야 했다. 부검을 지시한 윗선의 무례하고 패륜적이기 그지없는 결정에 필자는 분노한다. 도대체 국가(정부)는 무엇이며, 국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국민 이전의 인간으로서)는 왜 국가(법, 정부)를 필요로 하는가? 요즘 안하무인이고 폭력적인 정부와 사법기관을 보면서 이 질문들을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에는 18세기 프랑스혁명의 기폭제가 됐던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가장 먼저 거론하면서 루소의 다른 저서인 ‘에밀’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법의 보호 아래 자유를 열망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법이라! 그 법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에서 존중되는가? 도처에서 너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사적인 이익과 인간의 정념이 창궐하는 것을 보았다. 현명한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 자신을 복종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양심과 이성이다.’ 260년 전, 루소가 본 엄혹한 현실이 지금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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