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름} 상세보기 - 제목, 작성자, 게시일, 조회수, 내용, 첨부파일 정보 제공
[충청매일] 김종직의 양산가와 영동의 양산가비 새글핫이슈
기고자 : 임기현 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5.05.14 조회수 : 44

[2025. 04. 30.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칼럼 - 지역사읽기]  ※ 오피니언 131번 게시글 내용과 이어집니다.


01c3cc181703e8ede61cd64863a404e3_1746689810_7088.jpg

‘악부’란 명시적 제목의 최초 작품은 세조 때 김종직(1431∼1492)의 ‘동도악부’다. 김종직의 문집, 점필재집(佔畢齋集) 권3에 ‘동도악부’란 제명의 7편 시가 실려 있고, 그중 하나가 ‘양산가’다. 동도악부는 조선 초에 나와서 이후 악부시의 선구 역할을 했다. 또, 후대의 문집이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지리서(경주, 영동 편 등)에 거듭 소개된다. 영동 송호관광지의 ‘양산가비(1987.12.건립)’에 새겨진 한시도 김종직의 이 작품이다. 노래비 앞면에 실린 원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敵國爲封豕/荐食我邊彊/赳赳花郞徒/報國心靡遑/荷戈訣妻子/嗽泉啖糗粻/賊人夜劘壘/毅魂飛釰鋩/回首陽山雲/矗矗虹蜺光/哀哉四丈夫/終是北方强/千秋爲鬼䧺/相與歆椒漿// ”

한편, 뒷면에 실린 번역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도야지 같은 원수의 나라/나의 조국을 침노하나뇨/용맹스러운 화랑의 무리/나라 위한 충정 어이 참으리/창을 메고 내집을 멀리 떠나와/풍찬노숙 싸움터로다/무찌르던 어느날 밤 놈들 칼날에/장하도다 나라 위해 목숨 바쳤네/돌이켜 바라보니 양산의 구름/타오르는 불기둥 살벌하고나/오호라 슬프다 우리 대장부/북쪽 원수 칼끝에 쓰러지다니/천추에 빛나는 호국의 영령/길이길이 명복을 누리옵소서” 

번역은 리듬을 살려내면서 의를 숭상하고 실천한 도학자로서 또 사림, 영남학파의 종조로서 ‘신라(경주)인’의 입장을 존중했던 김종직의 태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영사시는 역사와 문학이 조화를 이룬 양식이니 번역도 사실에 충실하면서 예술성을 갖추면 좋다. ‘양산’이 등장하는 다음 대목을 보자. 

“回首陽山雲/矗矗虹蜺光/哀哉四丈夫/終是北方强” 이 부분은 보통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머리 돌려 양산의 구름 바라보니/무지개 빛 높이도 뻗치었도다/슬프다, 네 사람의 대장부는/마침내 북방의 강(함)이 되었으니”(한국고전번역원), 

그런데, 노래비에는 ‘촉촉홍예광(矗矗虹蜺光)’을 “타오르는 불기둥 살벌하고나”로 ‘시종북방강(終是北方强)’을 “북쪽 원수 칼끝에 쓰러지다니”로 해 놓았다. 과문해서 그런지 이렇게 번역한 예를 찾지 못했다. 무지개[虹蜺]를 불기둥과 연결하고, <중용>에서 가져온 ‘북방강(北方强)’을 ‘북쪽 원수’로 해 놓았다. 애초 이 시는 김흠운을 위시한 네 명의 장수를 추모하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四丈夫’를 그냥 대장부로 옮겨놓아 한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다.

의역의 허용범위를 떠나, 상대(백제)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대부분 번역에서 ‘적’으로 해놓은 것을 ‘원수’, ‘놈들’로 옮겨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번역, 이것이 지역 최초 가요 ‘양산가’의 위상에 걸맞은 대접이 아닌가 싶다. 역사문화 자원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핵심이다.

이 작품은 김종직의 창작이다. 노래비에는 작자 명이 없다. 소재는 밝혔는데, 지리서 ‘신증중국여지승람 경주부 편’으로 해 놓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최초 출전은 김종직의 ‘점필재집’(1495)이다, 굳이 후에 나온, 김종직의 작품을 인용, 소개한 지리서를 출전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계속)

 

↓ 원문보기 클릭 

기사원문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