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동해안 산불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 | |
[2022. 04. 20. 발간] [충청리뷰 - 칼럼·의견 - 오늘의직언직썰] 지난 달 역대 최장, 최대 피해를 낸 동해안 산불은 홧김에 토치를 든 60대 남성의 방화와 차창밖으로 버린 담뱃불이 원인이었다. 아직까지 몇 번의 감식으로도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고, 도로에서 담뱃불을 버린 ‘그’ 사람을 찾지 못했지만 실화가 유력한 상황이다. 사실 의도적인 방화범을 제외하고 불을 낸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고의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무죄거나 약한 처벌에 그친다. 여하튼 어처구니 없는 인재로 인한 이번 산불은 213시간 43분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동안 산림 약 2만707㏊를 태웠고, 울진에서는 219세대 335명의 이재민이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고통을 받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재난이든 결과보다는 원인파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다음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재난을 막기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에서처럼 재난발생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면, 발생한 재난으로부터 원인과 재발방안을 배우는 것이 또 다른 재난을 막는 최선이다. 여기서 원인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방화때문이다가 아니라, 왜 방화를 했는지 그 원인에 원인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을 말한다. 주로 범죄수사 과정에서 활용되던 프로파일링 기법을 재난원인 분석 영역에 접목하는 것이다. 범죄분야에서는 범인을 잡는데 집중한다면 재난분야에서는 예방이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의 원인을 따지고 따지다 보면 많은 경우 직접적인 원인이라기 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원인이 밝혀지기도 한다. 이번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방화가 주민들이 무시했다는 피해의식에서 출발한 것도 다르지 않다. 자연재해인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사실은 범죄로 인한 사회 불안이 주요한 원인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렇듯 언뜻보면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사회현상들이 재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재난대응에 있어 사회적인 역할 확대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꽁초를 던져서 산불을 냈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단순히 불을 낸 사람을 찾아서 처벌하고 피해복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낸 사회의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산불이후에 쏟아지는 기후위기 시대 산불 예방방안, 산불방지를 위한 임도·사방댐 설치방안, 산림감시·예방교육 개선방안, 첨단 ICT와 드론 등을 활용한 산불대응 방안, 생태적 산림복원을 위한 내화수림 조성방안, 산불조기 진화를 위한 송전탑과 송전선로 개선 방안 등이 항상 있어 왔다. 하지만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그들만의 세미나와 더불어 산불에 대한 사회적 역할확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얼마 전 청주 산부인과에서 화재가 났다. 근데 이번엔 화재 당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소방과 의료진의 발 빠른 대처에 더해 산모와 신생아들을 가족처럼 돌봐준 시민들의 침착한 조력 덕분이었다는 기분좋은 뉴스가 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그 흔한 대응 매뉴얼도 없었지만, 그들은 영업장을 대피소로 자처하면서 단 5분 동안 30명이 넘는 산모와 아기들을 도왔다. 어떤 이는 자기를 무시했다거나 자기 몸 조금 편하자고 불을 질렀고, 어떤 이들은 위기의 순간에서 어디선가 어김없이 나타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재난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숨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빨리 없애야 할 것은 무엇이고, 또 키워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한 거 아닐까? ↓ 원문보기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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