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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나’ 이기를 막는 것들 새글핫이슈
작성자 : 서브관리자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작성일 : 2024.05.26 조회수 : 59

[2024. 04. 25.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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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의 만남이지만 금세 가까워졌다.

 50대 중반의 인생에서 고작 1년, 그것도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던 시간에 비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친근감이다. 20년 가까이 지낸 직장 동료에게도 할 수 없는 과격한 표현도 오고 갔지만, 그것마저도 웃음의 재료가 되었다. 35년의 세월 동안 외모와 처지는 각기 달라졌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시청의 과장, 연구원의 박사, 중소기업의 사장, 이름이 알려진 기업의 부장 등 겉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마음을 꾸밀 필요는 없다. 거추장스러운 가면을 벗고 진짜 내 모습으로 만나고 있었다.

 수십 년을 같은 공간에서 지낸 직장 동료들이나, 사회에서 만난 친구 사이에는 이런 진짜 ‘나’의 모습으로 관계하기 어렵다. 과장이라는, 박사라는, 사장이라는 옷을 입고 만나고, 그 옷에 어울려야 하는 태도와 말투를 사용한다. 거기에서 지켜야 할 태도와 규범은 눈치껏 배우고,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배었다. 

 그러다가 그런 모습이 진짜 ‘나’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아내로서, 아빠와 엄마로서, 그리고 아들과 딸이라는 다양한 옷을 수시로 갈아입으면서 살아간다.

 그 많은 옷들은 그것에 어울리는 규칙을 가지고 있고, 지켜야 한다. 쉽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삶이다. 이러한 규칙을 규범, 윤리, 도덕, 신념, 가치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관계를 잘하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나’를 잃어버리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처럼 중년의 나이가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서 헤매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사고 치지 않고 자란 착실한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이런 방황은 더욱 심하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은 보면, 기특하고 대견함보다는, 이제는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저 아이가 자라서 우리처럼 ‘나’를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겪은 그리고 겪고 있는 방황이 대물림되는 것은 아닐까? 어른 세대 보다 더 ‘내’가 없이 비슷한 ‘우리’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인간 사회에서 다양한 규범과 윤리와 도덕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자신의 정체성도 잃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사회 규칙과 자신의 정체성을 배우고 유지하는 가장 적합한 장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정에서는 부모의 시각으로, 학교에서는 통일된 방식으로 비슷한 사람들로 성장하라고 한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들은 ‘나’로 살아가지 못하고 ‘우리’로 살아간다. 비슷한 우리들 속의 내가 아니라, 다양한 내가 모인 우리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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