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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부족함의 감사 새글핫이슈
작성자 : 서브관리자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작성일 : 2022.12.28 조회수 : 797

[2022. 12. 22.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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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길었던 2022년도 이제 끝자락에 섰다. 세계적 경제불황의 시작,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국제적 물가상승, 리오날 메시의 우승으로 끝나 월드컵. 국내정치 또한 정권교체라는 큰 변화만큼 내홍을 겪고 있다. 해 아래 인간의 삶은 항상 진보하지는 않으며, 인간의 지혜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보여주는 한 해였다.

10·29 참사는 정치 권력에 대한 탐욕이 초래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재물에 대한 탐심으로 끝을 모르게 오르던 집(아파트)값은 곤두박질을 시작했고, 그 끝도 알 수 없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인간 세상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아니고서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요즘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다. 가난에 쪼들려 살던 주인공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후 자신을 죽인 재벌가의 손주로 환생했고, 자신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찾아간다.

돈만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던 전생과는 다르게 재벌가 가족들은 돈 때문에 행복을 잃고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더 많은 돈을 가지려 한다.

정도경영이라는 사훈의 도(道)는 도덕과 윤리가 아니라 돈이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과 혼탁한 집안싸움에서 회장의 경영방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아는 주인공도 윤리를 지키기 힘든데, 하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야 어찌하겠는가.

드라마의 재벌가 자식들은 한결같이 행복하지 않다. 돈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쫓아서 살지 못하는 삶의 진리를 잘 보여준다.

풍족함, 넘쳐남이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돈을 아 아파트를 사고, 주식에 투자하며, 권력에 기대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애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것일까? 언제 욕망을 멈추게 되는 것일까?

필자는 1년간의 제주도 생활을 마치면서 부족함의 감사를 배웠다.

늘 동경만 하던 제주도 살이, 이국적 자연경관과 깨끗한 환경, 어디를 가든 관광지인 제주도는 육지 사람들에겐 의 장소이다.

그런데 제주도민에게는 반대로 육지가 의 장소이다. 어떻게든 섬을 벗어나 육지로 나가는 것이 소망인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꾸고 있다. 자신에게 있는 것은 모르고 없는 것을 그리워한다.

인간에게는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모르고, 없는 것을 찾아 헤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지금 여기를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제주도민에게 성산일출봉, 한라산, 곶자왈 등은 별 감흥이 없다. 한라산 등반을 필자보다 더 많이 오른 제주도민은 매우 드물다.

많으면 많을수록, 가지면 가질수록 행복하고 감사할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1년의 생활만으로도 제주도에 대한 감사가 사그라지기에 충분하다.

대상이 권력이든 돈이든 자녀의 학력이든, 많다고 행복하고 감사한 것은 아니다. 부족함 중에 가끔 주어지는 돈, 어쩌다 오른 자녀의 성적, 휴가 때 방문하는 제주도가 더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제는 별 감흥이 없는 성산일출봉도 육지로 돌아가면 곧 그리워질 것이다. 그렇듯 육지의 모든 것도 누군가에겐 간절함이고 감사의 대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부족해야 더 많이 감사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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