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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틀을 깨는 모양새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3.05.18 조회수 : 1,540

[2023. 05. 11.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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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 전,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와 관련하여 충북도 관계자들과 먼 길을 함께했다. 그때 담당 부서인 경제기업과장은 예상밖에 여성이었다. 예상밖이었다니! 필자의 성인지 감수성도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울산까지 10시간 가까이 출장을 함께 하면서 필자의 ‘예상’, 즉 사고의 틀은 고맙게도 조금 더 깨졌다.

‘디자인(모양새)’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미지)도 많이 달라졌다. 단순한 시각적 모양새, 제품이 가지는 특성과 기능, 그리고 소비자의 선호도를 넘어서 이제는 우리 사회에 화두(메시지)를 던지고, 그 화두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바다를 접하는 도시답게 울산의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에는 바다를 원산지로 하는 제품들이 다양했다.

조개류를 원료로 해서 만든 타일이나 벽돌부터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나 폐그물 쓰레기로 만든 받침대, 의자, 가방 등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제품이 눈에 띄었다. 

대나무, 밀, 해초류 등 자연으로부터 얻는 소재로 만든 제품들은 지속가능한 경제를 직접 보여주었다. 겉모양뿐 아니라 기능과 환경보호라는 면에서 단순한 제품을 넘어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제조업이 경제성장의 핵심 역할을 하는 충북, 그래서 산업단지가 많고 이로 인해 대기와 하천의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으로서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이번 출장이 필자에게는 성인지 감수성뿐만 아니라 공산품의 디자인이 주었던 느낌의 틀을 깨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모양새는 단순하게 미술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고 있지 않았다. 그 단어의 쓰임새처럼 의미도 다양했다. 제품의 모양새뿐만 아니라 사람의 모양새, 기업의 모양새 그리고 인생과 성품의 모양새로도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미래는 디자인의 시대’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미래가 아니고 현재를 설명하는 말이다. 자동차가 그렇고 스마트폰이 그렇다. 같은 제품이라면 당연히 모양새가 좋은 것을 고른다.

그런데  이 모양새는 기존의 틀을 깨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이 성공한 이유는 겉과 속(앱)의 모양새 틀을 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많은 틀이 깨져야 한다. 경제기업과장은 남성일 것이라는 틀은 깨져야 한다. 거칠게 끌어가는 시대에서 섬세하게 채워가고 조율해가는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어쩌면 여성의 지도자가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 

오랜 세월을 내려온 틀을 함부로 깨서도 안 되지만, 깨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제조 공산품의 모양새, 개인 인생의 모양새, 그리고 국가의 모양새는 깨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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