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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식구를 위한 가족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3.03.20 조회수 : 1,011

[2023. 03. 16.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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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변제’ 방식으로라도 일본과의 과거 문제를 매듭짓고, 미래를 향한 관계로 전환하자는 현 정부의 방식이 과연 바람직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어린 시절 아픈 상처를 경험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족이란 무엇인가, 또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고민을 하게 된다. 가정폭력, 육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성적인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특히 자녀들)는 마치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듯한 감정을 느끼며 산다고 한다. 이 공허감을 표현하기 위해 가슴과 배 부위가 뚫린 조각상을 자신의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가정폭력에서 가해자(주로 아빠)가 1차 문제이지만, 의외로 많은 피해자가 엄마에 대한 분노를 호소한다. 어쩌면 엄마도 아빠로부터 피해를 당했을 터인데, 왜 엄마에게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의아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엄마에 의한 강요된 침묵, 강요된 평화를 얘기한다. 엄마는 성폭행을 당한 딸에게 ‘우리 가족을 위해 네가 참아주고, 침묵해라. 네 아빠잖니. 네가 아빠를 용서해줘라’라고 말한다. 딸은 자신만 참고 침묵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된다고 생각하고,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한다. 그리고는 평생 마음의 상처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가족을 생각했다. 가족의 평화를 생각하고, 가족의 미래를 생각했다. 그런 엄마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그 구성원인 식구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엄마의 관점은 스스로 만들었다기보다, 그도 자라면서 어른들로부터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가족이라는 체계를 위해 식구가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식구라는 구성원들을 위해 가족이 필요한 것인가? 아빠에게 폭력을 당한 자녀는 가족이라는 체계를 위해 희생된 식구다. 엄마는 그 희생을 요구한 것이고, 어린 시절 의도치 않게 받아들였던 그 희생이 피해자를 평생 괴롭히고 있다. 성인이 되어보니, 자신의 아픔을 받아주지 않고 희생을 요구한 엄마가 밉고, 분노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일본에 의한 위안부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주면서,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그 구성원인 국민이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현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민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국민을 더 힘들게 하고, 불행한 삶을 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족과 국가가 식구와 국민을 위해 존재할 때 가정과 나라가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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