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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아동 주거권! '최저'는 '최선'이 아니다 새글핫이슈
기고자 : 최은희 연구위원 신문사 : 중부매일 게시일 : 2022.12.28 조회수 : 1,800

[2022. 12. 22. 발간]

 [중부매일 - 오피니언 - 외부칼럼 -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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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경제적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친구는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에서만 줄곧 살았던지라 서울을 떠나면 큰일인 줄 아는 친구다. 안부가 궁금한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친구의 집에 도착했다. 빈곤층 관련 조사를 하며 여러 번 쪽방을 가보고 전기가 안 들어오던 수급자 집도 제법 방문해 본 터라 담담하게 친구의 방을 찾았지만 생각과 많이 달랐다. 더구나 건강이 안 좋은 친구에게 창문 없는 방은 최저주거기준에 한참 미달되었으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같은 월세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방'이 아닌 '집'을 구할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 되돌아 나왔다.

각 국가별 최저주거기준을 보면 일본은 1인 25㎡, 2인 30㎡, 3인 40㎡, 영국은 1인 38~40㎡, 2인 51.5㎡, 3인 63㎡로 우리나라(1인 14㎡, 2인/부부 26㎡, 3인/부부+자녀 1명 36㎡ 등 표준가구 구성을 전제)의 기준보다 넓고 표준가구 구성방식이 아닌 사람수를 기준으로 한다. 표준가구 구성방식에서 2인은 부부기준 침실이 1개라 한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2인 가구는 살기 어렵다. 3인 가구도 마찬가지다. 한부모와 성별이 다른 8세 이상의 자녀가 2명이라면 방 3칸이 필요해 침실이 2개인 공공임대주택에 살 경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다.

이 면적기준은 2004년 처음 설정된 이래 2011년 개정을 통해 다소 면적이 상향되었지만 한계가 있다. 최근 3년간 코로나 19로 인해 가정은 아동에게 학습과 놀이, 여가, 쉼의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어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실제 2020년 주거실태조사(국토교통부, 2021년 5월)에 따르면 1인당 주거면적은 33.9㎡로 2018년 31.7㎡보다 넓어졌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등의 공급기준이 되는 최저주거기준은 변화하는 사회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채 여전히 2011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2020년부터 시흥시는 원룸 2개를 리모델링하여 방 2~3개가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시도는 어릴 적 집에서의 생활경험이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아동을 '방'이 아닌 '집'에서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통찰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변화에 조응하며 우리 지역에서도 아동이 있는 가구의 주거권 강화를 위해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먼저, 아동이 있는 가구의 주거기준선에 대한 유연한 조정이다. 사회적으로 삶의 질 증진을 위해 최저주거기준 변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이나 언제 변경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아동 주거권 보장 조례제정을 통해 우리 지역만의 유연한 기준선을 설정하여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연한 기준을 설정할 때 미국처럼 기능별(침실, 거실, 방, 부엌) 면적기준을 정하여 아동이 있는 가구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아동의 주거권에 이동 편의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면적'을 이야기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아동 생활영역과의 접근성이다. 교통편이 불편한 곳에 위치한 그림 같은 집은 또 다른 불편함의 시작으로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차림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을 의미하는 신조어)일 필요는 없지만 또래들과의 교류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주거권역은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셋째, 아동 가구 주거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는 특성 가구(일반가구, 청년가구, 신혼부부, 노인가구, 소득하위 가구)에 아동이 있는 가구가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아동 가구 주거실태를 알 수 없다. 아동 가구가 조사에 미반영되었다는 점은 아동 주거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방증으로 기초자료 확보를 통해 아동 주거권 보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최저=최선, 최대'라고 인식하는 사회에서 아동의 주거권 보장, 아동의 미래는 어둡다. 친구는 그 집에서 몇 개월을 버티다 서울을 떠났다. 여전히 '집'은 없고 '방'에 살지만 같은 월세로 큰 창문이 있고 화장실도 넓은 공간을 얻었다. '서울'이라는 틀을 깨니 새로운 지역이 보였던 것이다. 뉴노멀의 시대, 우리도 아동가구 특성과 사회적 변화를 담는 노력으로 '최저=최선, 최대'기준이라는 틀을 깨자. 그러면 우리의 아동들은 자신의 방과 집에서 존엄을 회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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