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보자 | |
[2022. 10. 19. 발간] [충청리뷰 - 칼럼·의견 - 오늘의직언직썰] 이제 아침과 저녁이 아주 쌀쌀한 가을이다. 유달리 긴 장마 끝에 퍼부었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서울시에 집중됐고, 역대급으로 강력했던 태풍 힌남로는 주로 포항을 비롯한 영남 해안지역을 지나가면서 운 좋게 우리 충북지역은 아주 큰 피해가 없었다. 올여름엔 재난에 대한 위험성 과장논란과 수해현장 망언이슈가 기억에 남는다. 먼저, 위험성 과장 논란은 태풍 힌남노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 매미, 루사 이상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던 정부와 언론의 보도에 비해 상륙 후 힌남노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즉, 혹시 모를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괜히 위험을 과장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재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 태풍의 경로와 규모 등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예보와 합당한 대피과정에 대해 이런 식의 불만과 불신은 사회적인 불안을 가중시키고, 일관성있는 사전대피 노력에 혼란을 준다. 실제로 국민들의 인식은 재난대응과정에서 수치로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 재난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당연히 행동도 달라지며 그에 따라서 당장의 피해를 키울 수도 있고 재난의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예프로그램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들 중 하나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우스갯소리이다. 하지만 재난상황이라 가정하면 그 말은 참 씁쓸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하고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말이다. 만약 그 말을 피해자에게 했다면 그 들은 평생 잊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수해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망언을 한 국회의원이었다. 그 후에 사과했다지만 그 누가 진정성 있게 받아줄까. 그 말에 공분했던 국민이 많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그런 망언을 무심결에 했다는 사실은 결국 그 사람이 재난과 피해자에 대해 평소에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재난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은 재난 대응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생활 속에서 어떤 작은 재난이라도 직접 겪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재난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매우 다르다. 재난을 겪은 사람은 타인의 재난으로 인한 아픔에 쉽게 공감하며 재난관리에 대한 필요성 인식과 관련 사업에의 참여의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재난을 겪는다는 것은 직접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현장에 있었지만 운이 좋게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도 있고, 지나가다 목격한 사람도 있다. 최근엔 실시간 제보되는 동영상으로 인해 재난 현장에 대한 공감도가 아주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대로 재난을 한번도 겪지 않은 사람은 재난의 아픔에 대한 공감력도 떨어지며 재난 예방과 대응에 소요되는 비용, 시간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떨어진다. 재난 공감력을 키우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재난을 겪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게 절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좀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몇 명이고 피해액은 얼마냐에 주로 관심을 두지만, 그에 그치지 말고 스스로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한 번쯤 헤아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피해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최소한 그들의 고통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남의 일인것처럼 느끼고 대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 원문보기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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