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빼앗긴 밭에도 봄은 오는가? | |
[2022. 09. 29.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마을 사람들은 삶이 지칠 때 A의 밭은 찾아가 휴식을 얻었고, 항상 A에게 고마워했다. A는 가난한 농부이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했고, 특히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B는 도시에서 마을로 이주한 귀촌인이다. 사업으로 돈을 번 후, 삶의 여유를 누리고자 마을로 이사했다. B가 보기에도 A의 밭은 아주 훌륭했고 좋았다. 특히, 밭 가운데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매우 깨끗하고 맛이 좋았다. 얼마 후, 사업가 기질이 발동된 B는 마을 회의에서 A의 샘물을 마을 사람 전체가 쉽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고, 마을 사람들도 동의했다. A도 흔쾌히 동의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A의 샘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샘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B는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여 지하수 시설을 만들고 더 많은 물을 뽑아냈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했다. 각 가정에 있던 우물은 필요가 없게 되자, 이를 폐쇄하고 대신 집을 넓혔다. B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샘물의 관리자가 되었고, 투자한 비용과 관리비용 그리고 수고의 대가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물값을 받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점차 A의 샘물을 공공 자산, 또는 B의 것인 양 생각했다. B는 샘물이 줄어들거나 오염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샘물 주변에서는 농사를 지으면 안 된다고 제안했고, 마을 사람들도 동의했다. 그래서 샘물 주변에서 농사를 못 짓게 하는 마을 자체 규약을 만들었다. A는 반발했지만, 마을 사람 대다수가 찬성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이 규약은 조금씩 수정되어, 어느덧 A의 밭 전체로 확대됐고, 정해진 방식으로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A(대청호 주민)는 오랫동안 여러 방도로 문제를 제기하고, 빼앗긴 밭을 찾아오기 위해 애썼다. 이웃 마을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이미 이웃 마을도 B(정부)가 같은 방식으로 점령해버렸다. 마을 사람들(청주, 대전, 천안 등)도 A보다는 B에게 고마워했고, A에 대한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샘물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는 허탈하고 분하여 마을을 떠나고 싶지만, 새집을 구할 돈이 없어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다. 완공 42년의 대청댐은, 상류 주민에게는 가슴 아픈 침탈의 역사다. 당시 어른들은 어느덧 세상을 떠나고 몇 남지 않았다. 후손은 어려운 삶을 벗어나고자 도시로 떠났다. 오랜 역사를 자랑했던 마을 공동체는 소멸의 문턱에 와 있다. 자신의 밭을 내어준 A처럼, 처음의 선의가 자신의 삶 전체를 파괴해 버렸다. 손대지 않고 실익만 챙긴 B도 밉지만, 자신에게 침묵하고 B에게 동조한 마을 사람들이 더 밉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꿈꾸는 ‘충북 특별법’은 이 침탈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특별법이 오히려 대청호 상류 주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고, 그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 원문보기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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