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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다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4.04.11 조회수 : 682

[2024. 04. 11.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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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는 다른 총선과 다르게 무척 뜨거웠다. 필자도 그랬고, 주변 사람들도 그랬다. 새벽까지 잠을 설쳐가며 전국의 개표방송을 보면서 환호와 탄식이 반복됐다. ‘저런 사람을 누가 지지하겠어?’라고 여겼던 후보가 당선될 때 그 후유증은 더 크고 오래간다. ‘도대체 그 지역 유권자들은 왜 사람을 볼 줄 모르는 거야? 그 사람들도 다 나쁜 사람 아냐!’라고 비이성적 화풀이를 한다. 당선된 후보자보다 그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에게 더 미워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이런 마음에는 모순이 있다. 1% 차이로 간신히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니, 그 후보가 더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일반론으로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당선’으로써 증명되지 않았는가? 이런 이성적 사고와는 다르게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이 큰 건 왜일까?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조차 미운 감정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 과정에서 나와는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드는 상식적이지 않은 이 감정은, 대부분 나의 합리적이지 않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내편이든 상대편이든,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 작고 크고의 차이가 있을 뿐, 부족하고 나쁜 구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이 보편타당한 사실을 나(내편)에게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나쁜 사람이기도 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편도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상대의 나쁜 점에 대해서는 확대하여 보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생각의 구조가 편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나를 구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타인에게 나쁜 사람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게(못하게) 된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그 칭찬은 다시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는 틀 속에 더욱 견고하게 가둔다. 그리고는 ‘나는 항상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종국에는 나의 말과 행동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생각의 구조에 갇힌 사람은 자신과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공격적이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자신과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에게 미움을 넘어 증오의 감정까지 표출한다. 이러한 모순적 감정이 가장 잘 그리고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선거인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게 되면, 가족이나 직장 내에서도 관계를 어렵게 한다. 늘상 상대방 탓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도 좋은 사람만은 아니다’라고 생각의 틀을 바꿀 수만 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지고 후유증도 오래가지 않는다. 

  가정과 직장에서 관계도 편안해진다. 낙선된 당선자이든 유권자든, 이제 생각의 틀을 조금 바꿔서 투표 결과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평안을 되찾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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