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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길을 찾아가는 방황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3.09.06 조회수 : 1,313

[2023. 08. 31.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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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던 터라, 아내와 필자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큰딸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세 명이 1시간 가까이 논쟁한 끝에, 최종결정은 필자에게 넘겨졌고, 한 가지 조건으로 딸의 휴학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은 ‘의미 있게 방황하기’였다.

 자녀들이 방황할 때, 부모들은 힘들어하고 그런 자녀들과 전쟁을 치르게 된다. 부모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집에서도 공부 외 딴짓은 안 하고, 가끔 부모와 시간을 함께 해주는 자녀를 바란다. 그러나 자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사춘기라 불리는 중학교(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슬슬 부모를 떠나려고 하고, (부모가 보기에) 딴짓을 한다. ‘부족한 것이 뭐가 있어! 너가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는 요즘인데! 방황을 왜 해? 곧바로 직진해도 부족할 판에’라고 부모들은 말한다. 그런데 이 ‘방황’,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꼭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인생 전체를 볼 때, 청소년 시기의 방황(좀 심할 때 ‘지X’이라고도 표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그리고 이 방황의 시간을 지나면서 자녀들은 진짜 자신을 찾는 소중한 경험을 한다. 방황은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길을 잃었는데도 잃은 줄 모르고 계속 가는 것이다. 그래서 방황 없이 자란 어른들은 언젠가 더 큰 방황을 하고, 그때는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되어 무엇인가에 중독되어 있거나, 무기력하게 생활하는 것도 돌아오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다. 운동에 중독되고, 일에 중독되고, 이성에 중독되고, 자기 신념에도 중독된다. 이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의 신념에 중독되는 것인데, 이 중독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특히 가족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칠 때 사용한 비유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돌아온 탕자’이다. 미리 유산을 달라고 하여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은 둘째 아들은, 그 유산을 방탕하게 쓰다가 알거지가 된 채로 굶어 죽기 직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아들을 달려가 맞이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사랑’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방황한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참사랑을 깨닫지만,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던 맏아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방황하다 돌아온 동생이 환대받는 모습을 보고 억울해한다.

  맞다. 맏아들, 억울해할 만하다. 이럴 바에는 자신도 동생처럼 방탕하게 살아볼 껄, 후회스럽고 억울하다. 방황하지 못한 어른의 억울함이다. 대신 탕자의 방황은 죽을 위기까지 겪었지만, 자신을 발견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방황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느닷없이 휴학하겠다는 큰딸의 방황을 응원하기로 했다. 제발 돌아오기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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