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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흠이 되지 않는 흉터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3.07.14 조회수 : 1,162

[2023. 07. 06.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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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남편에게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편이 자신보다 다른 여자들에게 더 친절했기 때문이다. 운동하면서 만난 동호인 여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내는 불안했다. 자신보다 더 이쁘고 날씬한 여자들에게 남편의 마음이 갈까 봐 불안했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을 지나치게 구속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아버지에게 품었던 의부증의 모습이 아내에게서 비추어진 것이다. 남편은 아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하게 들었고,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아내의 집착과 남편의 이해 부족이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이유를 그들은 몰랐던 것 같다. 그 아내와 남편은 모두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 둘 다 친부와 계모 사이에서 자랐고, 그런 집안 사정을 부끄러움으로 여기고 감추며 살아왔다. 아내는 남편이 재혼이라는 사실을 친정 식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남편의 흉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 사소한(?) 거짓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은 물론 양쪽 집안까지 관계를 어렵게 했다. 재혼이 속여야만 하는 흠은 아닌데 말이다. 그 흉터는 감추려고 할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두 사람은 몰랐던 것 같다.

 캐나다 미술 작가 리사 스틸은 자신의 껄끄러운 흉터를 감추지 않고 자세히 보여준다. 그는 1974년 27세 생일을 맞아 비디오를 찍었다.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카메라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자기 몸의 흉터를 하나하나 짚으며 사연을 들려준다. 생후 3개월 때 갑상선 수술로 인한 목의 흉터, 수혈을 받느라 생긴 발목의 바늘 자국,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유리병 위로 넘어져 생긴 엉덩이와 무릎의 흉 등을 천천히 어루만지면서 언제, 왜 다쳤는지 이야기한다. 그 외 다른 흉터들까지 샅샅이 보여준 뒤, 스스로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으로 영상을 마무리 짓는다.

 어느 책에서 소개된 이 이야기는 굉장히 뜻밖이었고 충격이었다. 리사 스틸은 자신의 흉터를 흠으로 여기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역사와 정체성을 형성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필자도 몸과 마음에 흉터가 많다. 군대에서 입은 팔과 등의 화상 자국으로 여름철엔 반소매 옷을 잘 입지 않았고, 수영장 가기를 꺼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을 나간 채 돌아오지 않은 친모를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흠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몸에 난 상처처럼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만든 틀에 스스로를 가두며 살아오기도 했다. 땅에 무늬(터 무늬)가 있듯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 생긴 흉터는 그 사람의 역사고 이야기다. 우리의 흉터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온 고유한 이야기다. 이젠 이 이야기들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부터 들려줘 보자. 흉터가 클수록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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