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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Slow 충북 새글핫이슈
작성자 : 서브관리자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작성일 : 2023.11.07 조회수 : 738

[2023. 11. 06.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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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인터넷 등 현대 미디어 매체의 속성을 꼬집은 표현인데, 요즘은 미디어 매체만 그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모든 것이 속도를 지향하는 시대이다. 


 푸근한 소파에 깊숙이 앉아 느긋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시청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럴만한 여유도 없다. 즉각적인 즐거움과 기쁨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20분 이내로 요약한 것이 인기이고, 유튜브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해주는 동영상이 많은 조회 수를 얻는다.


 필자도 저녁이나 주말에 종종 이 요약을 보곤 한다. 그런 요약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나타나면 정주행(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것)을 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가 주는 참된 의미를 이해하기보다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찾게 된다. 즉각적인 즐거움과 자극은 중독성이 있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처럼, 이 즉각적인 미디어가 우리의 내면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사회도 자극과 즉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주의 사회적 이슈는 벌써 옛이야기가 돼 버렸다. 정치나 경제, 심지어 행정도 무엇인가에 쫓기듯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한다. 


 기존에 하던 것을 평가하고 연구하여 더 잘되게,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업무는 칭찬받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업이나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하기까지는 열정을 쏟지만, 막상 사업이 시작되면 신경을 끊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래서 지속가능하지 못한 사업이 되고, 지속가능하지 못한 성장이 된다.


 점심식사를 하고 들르는 커피숍에서도 주로 빨리 나오는 메뉴를 선택한다. 주문한 후에 물을 끓이고 커피 원두를 갈아서 적당한 물 온도에 맞춰 천천히 내리는 드립커피는 마음에만 있고 손에는 없다. 모처럼 읽는 책도 마지막 장을 넘기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예전엔,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왜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즐거움을 더 추구하는 것일까?  욕망은 욕구와는 다르게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더 빠르고, 더 즉각적이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이유는 느린, 여유로운, 잠시 유보된 것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사실 욕망,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억제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억제하기보다는 건강한 욕망으로 전환 시켜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힘들게 산을 오른 후에 찾아오는 유보된 기쁨이 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찾아오는 유보된 기쁨이 있다. 기다림 뒤에 드립커피를 마실 때 찾아오는 기쁨도 그러하다. 천천히 찾아오는 것들 속에는 즉각적이고 빠르게 응답하는 것들과는 다른, 더 크고 진정한 기쁨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 돌 굴러가유~’라며 느리다고 놀림 받던 충청도에는 오래전부터 이 유보된 기쁨이 있는 곳이다. Slow 충북에서 기쁨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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