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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海峽)의 시대가 돌아왔다 새글핫이슈
기고자 : 윤영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타임즈 게시일 : 2026.07.24 조회수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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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경을 땅 위에만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의 흥망성쇄를 결정한 것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 그중에서도 좁은 바닷길인 ‘해협(Strait)’이었다.
  과거 비잔틴제국은 보스포러스 해협과 골든혼을 장악하며 흑해와 지중해를 오가는 선박을 통제했다. 거대한 쇠사슬은 단순한 방어시설이 아니라 무역의 흐름을 좌우하는 힘의 상징이었다. 지나가는 배는 통행료를 내야 했고, 허락받지 못한 선박은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오늘날의 관세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바닷길을 장악한 자가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원리는 이미 천 년 전부터 존재했다.
  중상주의 시대에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영국은 국왕의 허가를 받은 공인해적(Privateer)을 앞세워 경쟁국의 상선을 약탈했다. 바다는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라 국가의 부를 확보하는 전장이었다. 무역은 총보다 돈으로 싸우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선택했다. 미국은 압도적인 해군력을 바탕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축했고, 페트로달러 체제와 함께 해상교통로의 자유를 국제질서의 원칙으로 만들었다.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등 세계 주요 해상교통로는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를 위한 공공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자유로운 항행은 세계화의 전제였고, 각국은 그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중동 원유 의존도를 크게 낮췄고, 해협을 바라보는 전략적 이해관계도 과거와 달라졌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이나 비용 부담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해협을 둘러싼 새로운 힘겨루기가 현실의 의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해적의 주무대였던 동남아의 말라카 해협도 안심할 수 없다. 해적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물류비와 보험료는 언제든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면서 대만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상교통로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과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인 이곳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특정 국가에 머물지 않고 인접한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도 대한해협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라기보다 세계 해상교통망 속에 놓인 하나의 통로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무역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다. 수출입의 대부분이 바다를 통해 이동하고, 에너지와 원자재 역시 해협을 지나 들어온다. 해협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협은 만들 수도, 옮길 수도 없다. 우회항로는 비용이 급증하고, 공급망은 쉽게 바꿀 수 없다. 앞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관세만이 아닐 수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만들어내는 해상 운임, 보험료, 운송 지연, 통행 제한이라는 ‘보이지 않는 해협 비용’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바다는 여전히 넓지만, 세계경제의 운명은 좁은 해협에서 결정되고 있다. 세계는 다시 ‘해협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바다를 건너야만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 가장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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