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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시계제로 시대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새글핫이슈
기고자 : 윤영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타임즈 게시일 : 2026.04.16 조회수 : 20

[2026. 04. 16. 발간]

 [충청타임즈 - 오피니언Ⅰ - 타임즈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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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리스크 매니지먼트란 단순히 손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적 대응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과거에는 기업은 물론 국가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월, 분기, 연 단위로 전망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왔다. 이러한 전망은 계량화된 수치를 기반으로 정책과 경영 전략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전망 자체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들조차 연간 경제전망을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분석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1990년대 초 구 공산권 붕괴와 1994년 WTO 출범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는 흐름을 보였다. 국제 분업 구조가 공고히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질서는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의 급부상과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를 지경학적 리스크(Geoeconomic Risk)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각국의 자국 중심주의는 점점 더 노골화되었다.

특히 트럼프, 시진핑, 푸틴 등 이른바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국제 질서는 협력보다는 경쟁과 대립의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국지적 분쟁은 오히려 상시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어 5년을 넘어서고 있으며, 중동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걸프만 국가들까지 확산되면서 사실상 ‘원유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가 위협받고 있으며, 그 충격은 전 세계적인 유가 상승과 공급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우리가 ‘시계제로’의 시대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정교한 전망에 의존하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잘못된 예측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등산 중 길을 잃은 상황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어두운 밤, 방향을 잃은 상태에서 무작정 움직이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멈추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위치를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파악한 뒤, 하나의 방향을 설정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다.

이 원칙은 기업과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환경에서는 성급한 판단이나 잦은 방향 전환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제한된 정보 속에서도 일관된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시계제로의 시대(the era of zero visibility)에 요구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더 정교한 예측이 아니라 더 단단한 방향성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잦은 수정과 흔들림은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일관된 선택이다. 멈춰서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정한 뒤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 그것이 국가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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