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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주민의 머뭄을 위한 도시재생, 사회적 자본을 꿈꾼다. 새글핫이슈
작성자 : 서브관리자 기고자 : 변혜선 선임연구위원 신문사 : 국토연구원 작성일 : 2022.05.10 조회수 : 3,224

[2022. 04. 10. 발간]

 [국토연구원 - 월간 국토 - 2022년 4월 (통권486호) - 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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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2017년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더욱 확대되어 현재 전국적으로 많은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도시재생 선도사업이 시작된 이후 벌써 8년이 지나 초기의 도시재생사업은 종료되었고, 뉴딜사업도 하나둘씩 종료되고 있다. 국비 사업이 종료되면서 주민들을 비롯하여 관계자들은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이제 관리는 어떻게 하나? 그동안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현장지원센터가 주민과 함께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이제는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현장센터도 떠나는 것이다. 현장은 오롯이 주민들에게 맡겨진다.

그래서인지 요즘 도시재생사업 완료 후 어떻게 유지관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 지자체,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고민이 한창이다. 특히 지자체는, 그동안은 사업 선정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사업 완료후 관리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에서 기획한 신간 ‘지속가능한 도시재생과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반갑기만 하다. 부산의 사례를 통해 우리들의 고민에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이 사례들은 이미 너무 유명해서 기존의 다른 서적에서도 여러 번 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사례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과정을 매우 자세히 수록하고 있다. 진행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당초 의도와 실제 적용에서 어떠한 난관들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참여한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어 매우 생생하다. 저자가 직접 참여했기에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간건축학부의 오광석 교수이다. 그는 도시재생뿐만 아니라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어촌뉴딜 등의 사업에서 총괄코디네이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수행한, 말하자면 이론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이다.

먼저,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자본’으로서 도시재생 조직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이다(p.9).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에는 많은 것을 포함한다. 단순히 여러 사람의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 것이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사회적 자본은 지역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두 사례가 지역의 고유성을 지니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음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다보면,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힌트를 얻는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총 5개의 장(참고문헌 제외)으로 구성되는데, 1장부터 3장까지는 오늘날 사회에서 도시재생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도시의 쇠퇴 현상,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할 때, 도시재생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사업’이 아니라 사회혁신을 위한 시민사회 ‘운동’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p.25). 환경의 물리적 재생을 넘어, 지역의 사회적 재생을 의미하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또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 역시 소프트웨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지역 주도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추진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다만 경직된 예산 운영, 토지매입의 어려움, 민간영역의 참여 유도, 도시재생전문가의 육성 등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도 언급하였다.

4장은 이 책의 핵심으로 부산의 두 가지 사례를 자세히 소개한다. 바로 ‘이바구캠프’와 ‘대통전수방’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운영, 그리고 모니터링 과정까지 세세히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사례인 이바구캠프는 2014년 경제기반형도시재생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주거지역(산복도로) 프로젝트로, 2015년부터 기획되어 2018년에 개소한 민박촌이다. 주민들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그리고 적절한 부지를 찾아 매입하는 과정의 어려움, 주민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작은 모임, 지역 언론을 활용한 홍보, 공가 및 폐가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던 부분 등이 상세히 소개되었다. 초기 계획했던 내용들이 예산이나 건축물의 노후도, 건축주의 의견 등으로 인해 변경되는 과정을 통해, 읽는 이는 기획이 실현될 때 부딪치는 여러 현실적인 장벽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또한 차선책을 찾아내는 과정 역시 쉽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해결책은 있다는 점에서 공감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두 번째 사례는 대통전수방이다. 이는 2015년 말선정된 중심시가지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프로젝트이다. 부산시 영도구 봉래1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지역 향토기업이 도시재생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소중한 사례이다. 기존의 창업교육과 차이점은 바로 기업의 기술 노하우, 제조공정까지 전수해준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사례에서는 3차례에걸친 모니터링 진행 과정이 매우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 사례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요즘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도시 구석구석까지, 특히 관광지라면 더욱 수두룩하게 들어서면서 전국 어디를 가든 같은 모닝빵과 같은 커피를 마시는 시대가 되었다. 편리한 사회가 된 것일까? 그러나 커피 맛과 거리의 경관까지 모두 비슷해져 지역의 특성이 없어졌다. 다소 안타까운 현실이다. 때론 지역의 토박이 기업들은 자신들의 간판을 내리고, 대기업 간판을 달아야 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향토기업의 맛과 맥을 이어주는 대통전수방 프로그램은 매우 뜻깊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떠나 여기에 동참하는 기업과 참여하는 교육생들의 열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두 사례에서는 각각 민간영역의 참여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저자는 각 사례별로 공동체 이익회사(CIC) 또는 지역자산회사(TMO)로 부르고 있다. 행정이나 주민 외에 경험이 풍부한 민간의 참여와 그들의 노하우를 통해, 자립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이바구캠프의 청년조직과 대통전수방의 향토기업은 도시재생사업 완료 후에도 지역에 남아 주민과 함께 사업을 이끌어나갈 주체가 될 것이다. 바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사회적 자본으로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향후의 도시재생은 다중적이고 구조적인 기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마무리 한다(p.192).

전반적으로 이 책은 도시재생의 물리적 계획 측면보다는 참여하는 주민과 민간영역의 역할, 그리고 코디네이터와 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기획에 중점을 두고, 현재 진행형인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행정의 역할도 함께 소개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것은 저자가 사회적 자본으로서 민간 조직에 중점을 두었기때문이 아닌가 한다.

국토교통부의 다른 사업, 예를 들면, 신도시 개발,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달리, 도시재생사업은 물리적 계획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아무리 이상적인 물리적 계획이라도 그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현장이 바로 도시재생 현장이다. 부지 매입이 어렵고,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이 다르고, 참여하는 민간부분의 입장이 있고, 기타 등등.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하여 이론적으로 완벽한 계획이라 할지라도, 실현될 수 없는 내용이 많아진다. 그때마다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은 기나긴 여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도시재생사업계획은 변경이 많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에서도 실현되지 못한 계획안들이 아쉽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제약이 있는 현실에서 최선의 대안찾기. 이것이 바로 도시재생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도시재생은 운동이어야 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는 기회라고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많은 사업중에서 지역 주민을 떠나게 하지 않고 남게 하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사업이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지역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코로나19로 많은 부분이 어렵다. 이 시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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