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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자녀와의 전쟁 그리고 진짜 관계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4.08.15 조회수 : 113

[2024. 08. 15.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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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와 자녀는, 우리 세대가 그랬듯이,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관계로 맺어지기 쉽다. 시모주 아키코는 그가 쓴 ‘가족이라는 병’에서 ‘어쩌면 우리는 남들보다 자기 가족에 대해 더 모른 채 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의 부모나 형제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는지 몰랐다는 것을 깨닫고, 작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필자도 생각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어머니는 젊은 시절 꿈이 무엇이었을까?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색깔, 사람 유형, 꽃, 노래 등.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가장 잘 알 것 같은 아들인 필자는 모른다. 심지어 몇 달 전, 필자가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 아버지가 필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슬픈 일이었다.

 필자는 고등학교부터 부모님이랑 생활한 시간이 거의 없다. 명절, 생신, 집안 행사, 농사철 때 가끔 만나는 것으로 안부를 대신할 뿐이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질문이나 대화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아버지가 장롱 서랍 속에서 꺼내 보여준 당신의 군입대 사진을 보고서야 아버지에게도 청년의 때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사진 속의 젊은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런데 가족은 서로를 잘 모르면서도 서로에 대한 기대는 크다. 그래서 자주 다툼이 발생하고, 이 다툼을 제대로 풀지 못해서 평생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제주도로 떠난 부부도 다툼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제도로 풀고자 떠나는 것이다. 육지(청주)에서는 자녀가 학교로, 학원으로, 할아버지 댁으로 피하면, 당장은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갈등을 미루는 것이지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도망칠 수 없는 곳, 가족들만 있는 곳으로 제대로 싸우러 제주도로 떠났다.

    타인과의 갈등은 가까운 관계라면 대부분 대화로 잘 풀고 지낸다. 그런데 가족과의 갈등은 대부분 참거나 미루거나 확 폭발하여 싸우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자녀가 어릴 경우, 부모는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는 것으로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녀가 침묵하거나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해결됐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녀의 불만과 상처는 점점 커지고, 자신에게 힘이 생겼다고 느낄 때(주로 사춘기) 언어와 행동으로 폭발한다. 우리는 이것을 중2병이라고도 부른다. 그나마 사춘기 때 터지면 다행이다. 이때 못하면 성인이 돼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져 버리고 만다. 제주도로 떠난 부부도 어차피 치를 전쟁이라면 일찍, 감당할 수 있을 때 치르자는 각오로 한 현명한 선택이다. 당분간 치열하게 싸울 부부와 자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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