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호 표지판을 무시한 차량에게는, 과도할 정도로 무거운 처벌이 가해진다. 수백달러의 벌금은 물론 수시 위반으로 처벌 받을 시, 면허정지에 이르거나 차량보험료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위반 스티커의 영향은 매우 크다. 대인대물 사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량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수가가 매우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이곳 운전자들은 차량 스티커 발부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제반사항이 결합되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매우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든 운전자들은 이 제도가 지켜지는 것이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진리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 2가지인 미국 운전면허 제도에서, 도로 주행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STOP Sign" 앞에서의 무조건적 정지이다. 이를 어기면 운전면허를 취득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점이 운전면허 시험에서 너무나 강조되기 때문에, 누구나 운전면허 취득 이후에도 꼭 지키게 마련이다. 이 정지신호체계로 인해, 대도시를 제외한 미국의 대부분의 도시는 값비싼 교통신호등 설치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대부분이 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사고율이 매우 낮으며, 서로 양보하는 교통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교통신호체계는 시민들에게 신호등을 통한 소통이 갖는 강제적인 방식보다도, 신호판은 있지만 자발적인 참여로 효율적이고 건전한 교통문화를 만든다는 자부심도 안겨주는 부수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미국 교통제도를 많이 도입한 우리의 경우에도 "정지" 나 "양보" 신호판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전면허 필기시험에도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슈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현실적용성에서 볼 때 이 표지판들은 신호등과 일방통행 표시판을 제외하고는 거의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죽은 신호판"에 불과하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교통경찰관까지도 이를 지키지 않고 묵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 제도이기에 지키는 나만 손해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하고, 물흐르듯 운영되는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갖는다는 것은 아마 선진국가의 필수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이의 실현이 반드시 거대한 시설투자나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캠페인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미국의 STOP Sign 제도를 통해 다시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정지신호체계의 효율적인 도입을 통해 운전자 스스로 만들어 가는 교통문화는 새로운 제도가 아닌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제도를 새롭게 고처 사용한다면 매우 효율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교통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신을 원하지 않으시면 [수신거부]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