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행정도시는 정당들의 이해관계에 의하여 진퇴양난의 미로에 갇혀 있다. 정치의 제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당은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고, 행정도시를 낳게 한 민주당은 지난 정부 때 집권당이었으면서도 허송세월을 하였다. 그런가하면 수도권은 국가전체를 보는 대승적 자세가 아닌 소지역주의에 빠져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식으로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모 중앙언론사 주관행사에서 “세종시 건설은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고 말한 김문수 경기지사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는 일찍이 국가균형발전과 역행하는 수도권규제완화를 끊임없이 주장함으로써 비수도권 지역민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바 있다. 국가의 중추적인 지역을 이끌고 있는 거대 광역자치단체장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무책임한 주장이다. 충청권 자치단체들의 한 지붕 3가족식의 무중력 상태나 소극적인 대처도 행정도시의 출생을 지연케 하였다. 다행히 지난 3월 25일 충청권 3개 시?도지사들이 긴급회동하여 ‘세종시 건설촉구를 위한 충청권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등의 결속을 보여준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나 지금까지 밥상을 차려 주기만을 기다린 듯한 느슨함에 대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행정도시는 신행정수도의 기능 담당,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의 도모, 전국 2시간대의 국정 효율성의 극대화, 동북아의 허브 구축, 국가 발전의 신 성장엔진 및 구심적 역할, 지역혁신의 선도, 지역간 공생, 소통, 순환의 공간구성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상된 새로운 국가발전의 패러다임이다. 한국 미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국가발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사업이다. 그렇기에 국민적 합의를 쉽게 도출할 수 있었다. 따라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아니 된다. 국회는 눈치만 보지 말고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절차로 진입하여야 한다. 행정도시 건설은 분명 여야 합의사항이고 지난 대선을 통하여 국민의 동의를 확보하였다. 이제는 법률제정(국회)과 이전고시(행정안전부)를 하고 실천계획(action plan)대로 건설하는 일만 남았다. 행정도시에 봄바람이 불고 진군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