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품송을 지나 속리산 집단시설지구에 다다르기 전에 왼편 잔디밭에 돌비석처럼 우뚝 세워져 있는 돌이 있다. 그리 위용이 대단치 않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만 법주사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돌이다.

세조가 신병을 치료하고자 복천암에 머물렀는데, 마침 신병에 차도가 있었다. 왕은 속으로 몹시 기뻐하여 질환에서 쾌유됨을 경하하는 자리에서 복천암 부근의 돌기둥을 끌어오게 하고 스님들에게

“ 내 이곳에 와서 부처님의 은덕으로 악질을 고치게 되었으니 그 은덕에 보답하고자 한다. 복천암 앞에 있는 돌기둥을 끌고 다니다가 힘이 빠져 멈추는 곳까지 모두 법주사 땅으로 삼도록 하겠다.”

하고 말하였다. 스님들은 크게 기뻐하여 밖으로 나가 그 커다란 돌기둥에 밧줄을 묶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끌고 다니기 시작하였다. 우선 복천암을 내려와 법주사 앞을 지나고 사내리를 벗어나자 보은 땅을 차지할 생각으로 말티재를 향해 돌을 끌었다. 그런데 상판리(지금의 은구석이 있는 자리) 쯤에 이르자 모두들 기진맥진하여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였다.

좌상 주지스님이 앞에서 호령을 하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내도록 독려를 했으나 이제 돌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을 본 왕은 미소를 지으며 “세상에 모든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니 이제 그 자리을 한계선으로 정하는 편이 좋겠다.”고 하며 “그만하면 공양미와 승려들의 식량으로 충분할 것이다.” 라고 하여 문서를 작성해 주고 돌을 끌어온 자리에 놓아두도록 하였다.

이로부터 ‘세조가 은덕을 입어 구원을 받은 돌’이라고 해서 ‘은구석(恩救石)’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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