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에서 음성천을 따라 남쪽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 둥그런 구릉지가 있는데, 평야에 홀로 솟아 있어 마치 물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평곡리와 신천리 그리고 원남면 하로리가 맞닿은 접점이기도 한 이 언덕에는 노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사철 까치와 까마귀가 모여들어 눈길을 끌었으므로 사람들은 이곳을 ‘까치섬’이리 불렀다.
조선 초기에 내륙인 음성현에서 궁중으로 진공(進貢)하는 물목은 대체로 약재였다. 그런데 어느 해 현리(縣吏)가 진공물을 챙겨 들고 올라가 지정된 창고에 가서 고직이(庫直吏)에게 물품 확인을 받게 되었는데, 고직이가 장기(帳記)를 살피다가 해산(海山 : 현 음성읍 석인리와 평곡리 경계를 일컫는 지명 ‘바다뫼들’을 말한다)과 작도(鵲島)가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음성이 해변가 고을인가?”
“천만에요. 음성은 내륙 고을이오.”
“그런데 바다 해(海 )자와 섬 도(島)자가 웬 말이냐?”
“그것은 토지가 바다같이 넓고 비옥하므로 바다 해(海)자를 쓰고 까치가 잘 모여드는 뫼가 섬처럼 평야 가운데 있으므로 작도(鵲道)라 부르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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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리가 분명히 설명을 했는데도 고직이는 그럴 리가 없다며 내년부터는 진상 품목에 굴비를 추가하여 올리라고 말했다. 현리는 어이없는 말인지라 고직이가 농담을 하는 줄 알고 우습게 여기고 잊어버렸다.
다음 해 현리가 늘 하던 대로 한약건재를 가지고 올라가서 고직이와 더불어 품목점고를 받았다. 고직이가 장기를 펼쳐 확인을 하다가 물었다.
“음성현 진공 물목에 굴비가 있는데 어째서 진상하지 않았는가?”
“음성은 바다가 없는 내륙 땅이므로 굴비가 생산되지 않소.”
“관문(官文)에 엄연히 굴비가 물목으로 적혀 있거늘, 그게 무슨 소리인가!”
고직이가 호통을 치자 음성 현리는 그제야 일이 난처하게 된 것을 깨닫고 지난 해 고직이와 나눈 대화를 되풀이 설명했으나 지리 사정에 어둡고 문서에만 의존하는 고직이는 이해하지 못하고 당장 굴비를 진상하라고 힐책을 했다. 현리는 하는 수 없이 서해안으로 사람을 보내어 굴비를 사서 진상하기에 이르렀다.
이 일이 소문이 나자 사람들은 중앙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 비웃었고 충청도 사람들의 온순함을 말했다. 이 터무니없는 ‘굴비 진상’은 3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진공물을 총괄하는 관리가 진공물목을 살피다가 충청도 음성현에서 굴비가 들어왔음을 보고 고직이를 크게 꾸짖고 당장 중지시키도록 했다. 그리하여 음성현 진공 물목에서 굴비가 삭제되었고, 궁중 고직이의 무식이 빚어낸 웃지못할 ‘음성현 굴비진상 사건’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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