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리의 자세 | |
[2022. 03. 16. 발간] [충청리뷰 - 칼럼·의견 - 오늘의직언직썰]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본격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대재해법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사회재난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로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재해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중대산업재해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부상자 2명 이상,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를 말하고,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재해법이 갖고 있는 중요한 의의 중 하나는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사고 발생시 사고 현장의 노동자나 해당 업무 관리자를 처벌하는 데 그쳤지만, 시행 이후에는 발생한 재해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마땅히 해야 할 안전 및 보건 확보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을 받고, 민사상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기업경영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고 안전비용 증가로 기업부담이 너무 크다’는 쪽과 ‘사업체에서 계속 발생하는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며, 재해의 약 81%가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대립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어느 쪽이든 대체로 중대재해법 제정 명분에는 공감하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중대재해법 시행이후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어떻게 하면 촘촘한 재난안전망을 갖추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처벌을 피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중대재해법의 핵심인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슬쩍 빠지고,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CEO를 처벌하는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큰 문제라는 식의 대응만 부각되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작업환경 안전점검과 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대형 로펌을 찾아서 처벌을 피하기 위한 조언을 구한다든지 CEO의 처벌을 막기 위해 안전관리책임자(CSO)라는 직책을 따로 만든다든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CEO의 처벌은 중요하고 실제 일선 노동자는 사망을 막는 안전조치에 관심이 적다는 것은 기업가로서 자격이 없다. 적합한 안전조치를 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예산이 어떻게 기업의 경영상의 부담인 것인가?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CEO는 처벌이 아니라 빨리 퇴출되는 것이 맞다. 돈이 없어서 안전조치를 할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해당 사업장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사람이 다치고 죽는 것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사과나 최소한의 보상으로 일관하던 기업이 CEO의 처벌이 부담스럽다고 관련 법을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아가 과거에는 현장 노동자의 안전의식이 낮다거나, 규정은 있는데 지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식의 핑계가 통하였다면, 지금부터는 그것까지 고려한 안전교육 강화나 안전조치 점검, 관리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단순히 사업자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 및 지자체의 의사 결정자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에 책임의식을 갖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이해되면 좋겠다. ↓ 원문보기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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